윌슨오디오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 스피커
음악마다 서로 다른 콘서트홀이 펼쳐졌다 --
김관명
수입사인 케이원에이브이의 서울 강남구 삼성로 시청실을 찾았다.
직원 안내를 받아 2층 시청실로 올라가니 높이가 2m가 넘는 대형 스피커가 시선을 잡아맨다.
각 유닛이 모듈에 수납돼 등뼈처럼 휜 모습이 마치 건담이나 옵티머스 프라임 같다.
이 스피커를 현대미술관 로비에 세워 놓는다면 그냥 미술 조각품으로 보일 정도로 조형미가 압권이다.
바로 미국 윌슨오디오의 플래그십 스피커 WAMM Master Chronosonic(마스터 크로노소닉)이다.
가격을 물어보니 8억 원이라고 한다.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은 윌슨오디오가 지난 2017년 2월 발표했다.
WAMM은 윌슨 오디오 모듈러 모니터(Wilson Audio Modular Monitor)의 약자.
말 그대로 각 드라이브 유닛을 모듈식으로 수납한 인클로저가 앞뒤 그리고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이 스피커는 1982년에 처음 나왔다.
WAMM은 이후 7세대 버전까지 이어지며 하이엔드 스피커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으나 2003년 단종되며 플래그십 자리를 알렉산드리아 XLF(Alexandria XLF)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리고 14년 후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이 탄생했다. 윌슨오디오 설립자인 데이브 앤드류 윌슨(Dave Andrew Wilson)은 WAMM을 더욱 완벽한 스피커로 만들기 위해 수년 동안 연구를 거듭해 왔다고 한다.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와 소리를 뜻하는 ‘소닉’을 모델 이름에 집어넣은 것은 데이브 윌슨이 평생 추구해 온 음향철학이 마침내 실현됐음을 의미했다.
각 모듈을 이동 가능하게 만든 것도 각 드라이버 유닛들이 내는 소리가 사람 귀에 닿는 ‘시간’을 최대한 정밀하게 맞추기 위해서였다.
데이브 윌슨은 이 스피커를 내놓은 다음 해인 2018년 5월 타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상단 5개 모듈. 가운데가 고역을 책임지는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이고, 그 위아래로 높은 중역대를 책임지는 4인치 페이퍼 펄프 콘 미드레인지, 그 위아래로 낮은 중역대를 책임지는 7인치 페이퍼 펄프 콘 미드레인지 유닛이 달렸다.
그리고 상단부 뒤에는 고역의 엠비언스를 높이기 위한 후면 트위터가 달렸다. 하단부에는 저역대를 책임지는 하드 페이퍼 콘 우퍼 2발이 달렸다.
위가 10.5인치, 아래가 12.5인치 직경. 이렇게 총 8개 유닛이 서로 다른 재질의 인클로저에 투입됐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상단 5개 유닛을 앞뒤로, 그리고 방사각도를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는 노브와 손잡이, 계단식 톱니 등이 보인다.
옆에서 보면 가운데 트위터 모듈을 중심으로 위아래 모듈들이 원호를 그리고 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이 모두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을 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바로 윌슨오디오가 그토록 강조하는 타임 얼라인먼트(time-alignment) 기술로서, 이 시간 축 일치가 되어야 실제 콘서트홀에서 듣는 듯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동식 모듈을 통해 500만분의 1초 단위까지 시간 축 정렬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앰프에 따라 이 타임 얼라인먼트 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앰프마다 각 주파수 대역을 내보내는 스피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펙은 거의 완벽하다.
주파수 응답특성이 20Hz~33kHz(+,-2dB)를 보인 만큼 광대역에 걸쳐 평탄하다. 어떤 대역대의 소리를 듣더라도 딥과 피크가 없다는 얘기다.
감도는 90dB로 매우 높지만 공칭 임피던스가 3옴인데다 최저 1.77옴까지 떨어지는 만큼 앰프는 크게 가린다. 사실 이 정도 스피커에는 그만한 대접이 마땅하다.
실제 시청 시에도 미국 볼더(Boulder)의 하이엔드 프리앰프 3010과 파워앰프 3060이 동원됐다.
3060은 클래스A 증폭으로 8옴에서 900W, 4옴에서 1650W, 2옴에서 3000W를 내는 대출력 파워 앰프다.
몇 곡을 들어봤다. 물론 볼더 앰프에 최적화된 스피커 모듈 캘리브레이션은 이미 끝난 상태다. 로시니의 현악 4중주를 들어보니 음 자체가 폭신폭신하게 느껴지며 음의 윤곽선은 선명하기 짝이 없다.
아무런 맞바람이나 저항 없이 이 큰 스피커에서 음들이 순풍순풍 쏟아져 나오는 점에 감탄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투바 미룸(Tuba Mirum)’을 들어보면, 바리톤이 흉성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4명의 성악가 앞쪽 밑에 위치한 오케스트라와의 거리 차이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수십 번은 들었던 곡인데 곡 중간에 계속해서 트롬본이 울리고 있음을 거의 처음 깨달았다.
20Hz까지 평탄하게 떨어지는 초저역 덕분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곡이 재생될 때마다 해당 곡이 녹음된 콘서트홀이나 스튜디오가 서로 다른 홀 톤과 공기감으로 시청실을 찾아왔다는 것.
에릭 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에서는 런던 로열 앨버트홀, 에이지 오우에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의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오케스트라홀이 등장했다.
곡을 선택할 때마다 서로 다른 연주 공간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캣 에드몬슨의 ‘럭키(Lucky)’,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캔트 홀드 어스(Can’t Hold Us)’ 같은 현대 팝과 힙합 곡은 각각 스튜디오와 클럽에서 직접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이 와중에 스피커는 전혀 미동도 없이 필자를 빤히 쳐다본다.
대단한 스피커의 대단한 시청이었다.
WILSON AUDIO WAMM MASTER CHRONOSONIC LOUDSPEAKER TECHNICAL
SPECIFICATIONS
Type: Modular four way ported floorstanding loudspeaker Front firing
drivers:1× 25.4mm Convergent Synergy (Mk5) doped silk fabric dome tweeter2× 127mm paper pulp composite cone upper midrange2× 178mm doped paper pulp cone lower midrange1× 267mm hard paper pulp cone woofer1× 318mm hard paper pulp cone woofer Rear firing
drivers:1× 25.4mm Convergent Synergy (Mk5) doped silk fabric dome tweeter1× 127mm paper pulp composite cone midrange Enclosure
Type: Main Tweeter (Sealed): X-Material 100mm Main Mid Module (Bottom Vent):X-Material with S-Material Baffle 177mm Main Mid Module (Bottom Vent):X-Material with S-Material Baffle Woofer (Cross Load Firing Port (XLF)): X-Material Rear Firing Enclosure (Sealed):X-Material with S-Material Baffle
Gantry: Aerospace aluminium with W-Material Module Interface Nominal
Impedance: 3Ω Minimum Impedance: 1.77Ω @ 310Hz
Sensitivity: 90dB @ 1W @ 1m @ 315Hz
Frequency Response: 20Hz-33kHz ±2dB Minimum Amplification
Power Recommended: 100 watts/channel
Dimensions (H×W×D, w/o spikes): 214×53×95cm
문의처:케이원AV(주) 02)553-3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