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 시리즈 앰프로 만나는 아방 가르드의 즐거움
잠깐 이력을 보니 스튜디오와 프로 음향쪽에서 잔뼈가 굵으셨더군요. 잠깐 자기 소개를 해주시죠.
DB : 저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출생했습니다. 삼촌이 오디오파일인 관계로 어려서부터 음악과 오디오를 접할 수 있었죠. 하이틴 시절에는 사진작가를 지망해서 한동안 몰두했습니다. 그러다 1982년에 U2가 앨범을 녹음하던 현장에서 촬영을 돕던 중, 그만 녹음 엔지니어링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이후 진로를 바꿔 스튜디오에서 쭉 일을 했죠.
<리번 댄스>라는 그룹과 오랫동안 다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
DB : 1995년 무렵이었습니다. 아는 친구가 이 그룹과 일하고 있었는데, 틈틈이 제가 뒤를 봐줬습니다. 결국 의기투합해서 이후 8년 반 동안 전세계를 다니며 공연 엔지니어링을 담당했습니다. 덕분에 전세계 구석구석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랍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 마운트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더군요.
DB : 맞습니다. 마이크라는 것은 음성 신호를 받는 캡슐과 그 신호를 처리하는 바디 부분으로 나뉩니다. 실제 강한 음량이 들어오면 캡슐과 바디의 움직임에 차이가 나게 되고, 그게 고스란히 왜곡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접점을 최소화하면서 디스토션을 줄일 수 있는 쪽으로 개발했습니다. 특히 서스펜션 구조가 좋아 어떤 임팩트를 받아 흔들릴 경우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했습니다. 마침 데이빗 길모어가 자신의 앨범 제작에 제 제품을 채택하면서 요즘 한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아방 가르드와의 관계에 대해서 여쭤볼까요?
DB : 당초 1998년, 더블린의 한 오디오 숍에서 아방 가르드의 제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깊이, 디테일, 명료함, 다이내믹스 등에서 여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음이었습니다. 결국 리버 댄스와 함께 독일을 방문했을 때 따로 시간을 내서 본사를 찾아갔죠.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시작 단계여서 외국에 수출할 경황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이자 CEO인 홀거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제품의 철학에 매료되어 결국 우노를 구입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자택에서 애용하고 있죠.
그런 인연으로 결국 국제 마케팅 담당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군요.
DB : 몇 달 전 처음 소냐에게 연락이 왔을 때 이런 자리를 제안하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가 사랑하고 또 사용하는 제품을 위해 일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일하게 된 것이죠.
이번에 XA 시리즈라 명명된 프리 및 파워 앰프가 나왔더군요.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DB : 이번 모델을 제작할 때 몇 가지 테마가 있습니다. 우선 크로스 제로 디스토션이라는 항목입니다. 이것은 프리앰프에서 인풋 단자를 타고 AC 전원이 들어올 때 만들어지는 주파수 움직임이 지극히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넘어가는 순간 큰 왜곡이 일어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홀 서킷 DC"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즉, 시그널 전체의 흐름을 DC로 처리하는 것으로, 현재 특허를 받았습니다. 또 이렇게 DC를 사용하면 볼륨이나 셀렉터 단자에도 유용합니다. 볼륨을 올리거나 내릴 때 턱턱턱 하는 소리가 없고 또 채널을 바꿀 때에도 일체 간섭이 없습니다. 볼륨단은 총 48스텝으로 구성되는데, 각 스텝마다 1.5dB의 차이를 뒀습니다. 5개의 밸런스 인풋에 2개의 밸런스 아웃풋을 제공하므로, 만일 일반 RCA 단자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어댑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일단 발상부터 다르군요.
DB : 프리에 대해 좀 더 소개하면, 파워 서플라이를 개량한 점도 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팩을 써서 한번 차징하면 8시간 동안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또 DC-옵셋을 이용, 트랜스에서 나오는 험이나 바이브레이션을 최소화했습니다. 이것은 파워 앰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외관을 보니 섀시를 정말로 단단하게 만든 것 같군요.
DB : 프리와 파워 모두 두 개의 케이스에 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즉, 외부 및 내부 진동에 모두 대응하기 위해 안쪽에 10Kg 가까운 섀시 안에 내용물을 담고, 그 바깥에 19Kg 가까이 무거운 섀시로 또 감싸는 구조입니다.
프리 및 파워가 같은 컨셉으로 제작된 섀시 안에 담긴다는 점이 인상적이군요. 디자인의 측면에서 일종의 통일성이 느껴집니다. 참고로 파워 앰프의 출력은 얼마나 됩니까?
DB : 우선 A 클래스로 7W가 나옵니다. 이 정도면 아방 가르드의 모든 스피커를 울릴 수 있죠. 하지만 그 후 AB 클래스로 전환되어 총 150W가 나오게 했습니다. 구동력이 뛰어나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울릴 수 있죠.
사실 아방 가르드와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스피커를 예상했는데, 앰프 소개가 이어져 약간 당황스럽기는 합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보니 상당히 기대가 되는군요.
DB : XA 시리즈의 테마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지난 30년간 숱한 제품이 나왔지만, 앰프가 가진 기본적인 약점이 별로 극복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 들어와 오히려 많은 노이즈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죠. 그래서 DC 회로를 통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갔습니다.
아방 가르드를 오랫동안 써온 애호가로서 이 제품의 강점이 있다면 뭐라 설명하시겠습니까?
DB : 저는 니어필드 리스닝을 즐깁니다. 그러나 우노와 같은 경우 분명 제 리스닝 룸 사이즈에 비해 크죠. 하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스케일이나 안길이 등이 정말로 놀랍도록 훌륭하게 재생이 됩니다. 음 속에 빠진 듯한 느낌이죠. 그래서 가수가 노래할 경우, 마치 얼굴을 맞대고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정말로 좋은 오디오를 갖게 되면 어떤 음악이든 다 좋아하게 되지 않습니까? 덕분에 저는 집에 있을 땐 록이나 팝뿐 아니라, 클래식, 재즈 등을 두루두루 즐기죠.(웃음)
저도 뮌헨 쇼에 가면 꼭 아방 가르드 부스에 들러 베이스 혼과 트리오 시스템이 빚어내는 엄청난 음에 놀라곤 합니다. 직접 사용한다고 하니 부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을 축하드리며,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합니다.
DB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