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산 오디오 아트
― 덴센 프리 ․ 파워 앰프
David Lee
덴센의 인티앰프 B-100과 고급형 CDP인 B-420XS를 리뷰한 이후, 혼초 토마스에 대한 필자의 신뢰는 이제 절대적이 되었다. 집요한 장인 정신을 뛰어 넘어 개성 넘치는 오디오 예술 철학을 겸비한 덴센 오너의 정신은 “오디오 보다 항상 음악이 우선이며, 절대 지루하지 않아야한다”로 압축이 되는데, 다시 또 기대 반 호기심 반, 수입상인 (주)다비앙의 리스닝 룸에 앉아 신형 프리앰프인 B-200 Plus와 파워 앰프 B-310 Plus와 마주 앉았다. 소스기로는 역시 덴센의 B-440 CDP를 준비하였고, 파워앰프의 출력이 8옴에서 80W라는 점을 감안하여 스피커는 자비안의 2-웨이 피콜라 톨보이로 세팅하였다.
일단 프리앰프인 B-200 Plus의 요모조모를 둘러보니, 우선 눈에 띄는 점은 프리 아웃 단자가 4개나 된다는 점. 울트라 매니아라면 8개의 모노 블록을 사용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바이 앰핑이나 트라이 앰핑 선호자들에게는 반가운 부분일 터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쓸모없는 부분일 터이지만, 어느 경우이던 쿼드 앰핑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다수의 파워 앰프를 동시에 컨트롤하는 볼륨부에 기술적 자신이 있다는 증거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덴센의 프리앰프들은 특히나 전원부에 강점이 있어서 순간적인 대 전류 공급 능력이 탁월한데, 오디오부와 CPU/LINK 시스템에 별도의 트랜스포머를 채용한 것은 참으로 정직한 설계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비자가 500만원 이하대의 제품에서 이렇게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계실 것이다.
LP 애호가들의 경우에는 DP-01 포노 스테이지를 내부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특주만 가능), 덴센은 넌피드백(NFB) 장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다이내믹한 소리가 나온다는 점은 이제는 좀 진부할 지경이기도 하다.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발견한 점은 최신 프리앰프들의 경향답게 멀티 룸 사용 가능한 리모트 링크 시스템이다. IR 시그널을 통하여 여타 덴센 제품들을 감지하고 어디에서나 컨트롤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인데, 현대인들의 오디오 라이프에 이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만큼 덴센은 과거 오디오 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이라는 반증 아니겠는가.
함께 연결한 파워앰프 B-310 Plus는 전술했듯이 8옴에서 80 와트, 4옴에서 160 와트인 비교적 라이트한 제품이다, 무게도 12킬로그램 정도이고, 가격은 소비자가 300만 원대인데, 여기서도 아주 맘에 든 점은 게인을 노멀과 하이로 선택할 수 있어서 프리 겸용 CDP와 연결 시에는 하이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그 외에도 바이 와이어 터미널이라든가, 덴센 링크 커넥터를 장착하여, 자그마한 부분들이지만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서 소비자 친화적인 덴센 혼초의 마음씨와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가지 꼭 덧붙일 사항은 프리와 파워의 디자인 조합이 너무나 모던하면서 메이드 인 덴마크의 품위를 엣지 있게 살리고 있다는 점.
이제 음악을 들어 보아야 할 차례. 준비해간 John Coltrane의 “Ballads” 앨범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 넘버인 “Say It”으로 시작하였다. 색소폰/피아노/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쿼텟의 하모닉 사운드와 애드립 솔로 파트에서의 즉흥성이 악기의 특질에 따라 명료하게 전달되었는데, 이전에 본 시청실에서 들어 보았던 덴센 인티앰프인 B-110 Plus와 비교했을 때 20와트 정도의 출력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여도, 역시 분리형과 인티형 사이에는 시쳇말로 넘사벽이 느껴진다. 특히 스케일에서 탁월한 향상을 감지했는데, 엘빈 존스의 드러밍이 슬로우 발라드 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터치로 들려온다. 지미 개리슨의 베이스 저역은 물론 타이트하게 제어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콜트레인의 소프라노 색소폰이 막히지 않고 위 아래로 영롱한 음색미를 펼쳐 보인다.
두 번째 청취 곡은 일렉트로닉 비트를 체크해 보기 위하여 K-Pop 중에서 ‘애프터스쿨’의 최신곡인 “Flashback”. 가요로는 드물게 뉴욕의 스털링 사운드에서 팝 뮤직에서는 현재 최고의 마스터링 엔지니어인 톰 코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팝에서는 비트의 다이내믹과 보이스의 배치, 전체적인 사뿐함이 어우러지면서도 분리감이 뛰어나야 제 맛이 드러나는데, 상당히 복잡한 구성 및 메카닉 노이즈 배열과 박자 변화로 이루어진 곡임에도 불구하고 덴센의 프리-파워 조합에서 완벽한 재현을 해내고 있었다. 가요는 MP3로나 듣는 싸구려 녹음이라 여기시는 분들께서는 Flashback CD를 홈 오디오에서 재생해 보시기를 권한다.
마지막 청취 곡은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넵트렙코의 ‘Souvenirs’ 앨범 중에서도 엘리나 가란차와 듀엣을 이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중에서 ‘Barcarolle’. 소프라노와 메조의 아름다운 여성 이중창 하모니가 눈을 감으면 극장의 무대 세트 위로 옮겨지고, 말 그대로 사운드 스테이지가 좌악 펼쳐진다. 물론 라이브 레코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매혹적인 목소리가 훌륭한 오디오와 만났을 때 선사하는 쾌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싶은데, 프라하 필하모니아의 연주가 견실하게 재현되는 가운데, 자비안의 피콜로 스피커와 덴센 컴포넌트는 원래 한 세트로 제작 된 것이 아닐까 싶으리만큼, 별로 덧붙일 설명이나 형용사가 없다. 한 마디로 성악 재현은 발군이다.
총평을 하자면, 하이엔드로의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소망하는 오디오 매니아라면, 여기서부터가 지나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출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있을 리 없겠지만, ‘우리의 최종 지향점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지 오디오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혼초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필자의 권유를 믿어 보아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