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FOCUS 340 SPEAKERS
다인오디오의 노하우가 듬뿍 담긴 포커스 340
글 / 이종학 (Johnny Lee)
지난번에 우연치 않게 다인오디오를 주재하는 빌프리드 에렌홀츠(Wilfried Ehrenholz)씨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워낙 세계적인 브랜드인 만큼, 그 창업자이자 CEO를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 기회에 다인오디오의 진면모를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유익했다.
에렌홀츠씨는 이미 12살에 스피커, 13살에 앰프를 자작할 정도로 이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대학은 전자공학쪽으로 택했으며, 그 와중에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 이때 계측하는 방식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 그 경험은 훗날 다인오디오에 적극 반영된다.
한편 졸업 무렵, 덴마크에 소재한 스캔스픽의 경영권이 바뀜에 따라 여러 엔지니어가 퇴사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를 기화로 그들을 포섭해서 만든 회사가 바로 다인오디오로, 그의 나이 겨우 스물 두 살 때다.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럼 다인오디오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드라이버부터 보자. 우퍼의 경우, 강력한 마그넷을 사용하되, 철제로 밀봉을 해서 에너지를 철저히 보호했다. 또 보이스 코일의 재질을 순동이 아닌 알루미늄을 사용, 무려 80% 이상 가볍게 만들어 리조넌스를 줄이고, 다이내믹스를 넓히는 효과를 얻어냈다. 소프트 돔은, 중앙에 위치한 폴 피스 뒤쪽에 구멍을 뚫어 트위터의 뒤에 나오는 음을 바로 배출하는 구조를 채용했다. 이런 여러 테크놀로지에 HDF와 여러 목재를 더한 인클로저 재질까지 합쳐져(이럴 경우 각 재료의 리조넌스가 달라 서로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다인오디오만의 사운드가 이룩되는 것이다. 참고로 다인오디오는“다이내믹 오디오”의 약자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디나우디오라고 읽는데, 좀 어이가 없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2005년에 런칭된 포커스 시리즈가 계속 발전하는 과정에 나온 최신작이다. 현재 포커스 시리즈의 모델군을 보면 3종의 스탠딩 플로워와 2종의 북셀프 그리고 한 종의 센터 스피커가 포진해 있다. 본 기는 380-340-260 등으로 구성된 톨보이의 두 번째 모델이지만, 탁월한 가격대비 성능이 주목받아 이번 리뷰에 이르게 되었다.
우선 외관을 보면 전면에 네 개의 유닛이 차례로 박힌 전형적인 톨보이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류의 제품을 많이 접했을 것이므로, 외관상에 큰 특징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도 요즘에 이런 스타일의 스피커가 생산되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회사
들이 요란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게 현실이기는 하다.
유닛 구성을 보면 두 발의 우퍼가 달린 3웨이 사양으로, 위에서부터 트위터,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 등으로 배열되지어 있다. 그런데 그 각각의 유닛 모두가 독자적인 기술력이 배양된 동사의 자체 생산품이므로, 여기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트위터를 보면, 28mm 구경의 소프트 돔 트위터인데, 여기엔 두 가지 특별한 기술이 숨어 있다. 하나는 특수 코팅이다. 원래 실크를 소재로 한 이런 소프트 돔은 둥그런 형상으로 구부리는 데에 힘이 들뿐 아니라, 원하는 다이내믹스와 방대한 고주파 대역을 얻기 위
해 코팅에 관한 독자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에소타 시리즈를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바 있는 동사의 솜씨를 믿어볼 만하다.
또 하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트위터를 효과적으로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심하면 초당 25,000 회에 이를 만큼 진동판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발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페로플류드”(ferrofluid)라는 기술로, 일종의 자성을 띤 액체를 보이스 코일과 스피커 자석 사이에 집어넣은 것이다.이럴 경우 효과적인 방열이 이뤄져 트위터의 움직임이 보다 원활하고 정확해지는 것이다.
한편 15Cm 구경의 미드레인지와 18Cm 구경의 우퍼에 쓰인 진동판의 재질이 흥미롭다. 이를 위해 다인오디오는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라는 특수 소재를 동원했다. 일단 가볍고, 경도가 높으며, 내부 진동에 대한 대응력이 높은 복합 물질이다.
그밖에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인클로저나 CNC 절삭 가공을 통해 정교하게 제작된 유닛 둘레에 씌워진 알루미늄 링, 독자적인 크로스오버 제작 기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뛰어난 기술들이 투입되어 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본 기를 바라본다면, 이전처럼 평범한
톨보이 스피커란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D4A 사운드의 레퍼런스 시스템을 사용했다. 상당한 출력을 요하는 제품이지만, 스튜디오용으로 만든 앰프라 구동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우선 정 명훈이 지휘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초반에 멀리서 천천히 다가와 커지는 팀파니의 존재감이 압권이다. 휙휙 거침없이 긁는 현악군의 움직임 또한 리얼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중간에 다양한 혼 악기들이 출몰하는데, 그 명멸하는 모습이 또렷하고, 스피디하다. 너무 스피디해서 잠시 넋을 놓으면 어떻게 곡이 전개되는지 모를 지경. 과연 현대 스피커를 대표하는 다인오디오의 제품이라는 느낌이다.
조수미의 <도나 도나>를 들으면, 그 독특한 음색에 주목해야 한다. 약간 은은하면서 환각적인 가진 톤에다 중간중간 적절히 뱃심을 넣어가며 부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또 반주를 맡은 어쿠스틱 기타, 더블 베이스, 클라리넷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리듬을 타고 넘실넘실 춤추는 느낌을 받게 한다. 조수미와 클라리넷이 계속 주고 받으며 전개되는 부분은 일종의 재즈를 연상케도 한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You Look Good to Me>. 일단 처음 시작할 때 오른쪽 스피커에서 얼마나 저역이 떨어지나 주목했다. 메이커가 주장한 32Hz까지 무난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감도 꽤 되어, 역시 더블 우퍼의 장점을 실감하게 된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열기가 솟구치는데, 그 부분에서 미국제 스피커들과 달리 약간 온화하면서 정돈된 느낌을 준다. 이 대목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래도 심벌즈의 현란한 음향이나 킥 드럼의 어택감 등이 충분히 포착되어 재즈의 맛을충분히 살리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