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H OLI 20 SPEAKER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는 즐거움 로트 OLi 20
글/이종학 (Johnny Lee)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그 회사가 하이파이 지향이면서 다양한 컨셉을 갖고 있을 경우 더욱 호기심이 난다. 이번에 만난 브랜드는 로트 오디오로, 창업자인 제임스 A. 로트에서 따온 이름이다. 회사 연혁을 보면 2007년에 출발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가 태생부터 월드 와이드 지향이란 점이다. 다시 말해, 특정 지역 몇 군데를 목표로 제품이 아닌, 누구라도 호기심을 갖고 호주머니를 열 만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순수 하이파이 오디오뿐 아니라, 아이폰/아이팟 관련 모델이나 K 라디오와 같은 흥미로운 프로덕트도 존재한다. 요즘 추세에 걸맞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덕분에 이 회사는 제임스 혼자 북 치고 장고 치는 시스템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설계 팀을 구성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당연히 본사가 있는 런던을 중심으로 몬트리올, 취리히, 타이완 등의 디자이너들을 확보했다. 다시 말해 동서양의 재주꾼들을 집합시켜 새로운 컨셉의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리뷰한 제품은 OLi 20이란 모델이다. 동사에서 생산하는 OLi 라인 업의 하나로, 크게는 10, 20, 30, 40, 50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 면에서 제일 막내의 다음이라 하겠다. 참고로 C20이라는 센터 스피커와 KH 30이라는 서브 우퍼도 생산되므로, 잘 조합하면 홈 씨어터를 꾸밀 수도 있다.
본 기의 스펙을 보면 2웨이의 전형적인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트위터는 1인치짜리 블랙 다이아몬드 실크 돔이고, 미드 베이스는 5,25인치 파이버 글래스 하이브리드 타입이다. 8오옴에 88dB의 입력 감도를 갖는 만큼, 울리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동사에서는 100W 급이면 차고도 넘친다고 하니, 50W 정도로도 수월하게 구동할 수 있다. 참고로 담당 주파수 대역은 55Hz~20KHz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쿼드의 엘리트 시리즈 프리-파워-CDP를 연결해서 들어본 소감은 이렇다. 가격대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마무리가 수려하지 않지만, 이것은 가격으로 충분히 만회가 되며, 그 음의 퀄리티로 말하면 메인 스피커로 사용해도 무리가없다. 꼭 피씨 파이나 홈 씨어터에 국한시킬 제품은 아니다.
우선 처음에 들은 것은 야니네 얀센이 연주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상당히 까다로운 재생인데, 주역이 되는 바이올린의 심지가 곧고, 당차거니와 오케스트라의 존재감도 잘 드러난다. 특히 총주에서 막힘이 없이 술술 풀어내는 대목은, 기본적으로 음질 위주로 제작된 스피커임을 알게 한다.
두 번째로 들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에선 본 기의 잠재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초반부에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팀파니의 어택으로 점차 고조되는 음향이 크기가 무리없이 포착되고, 다양한 악기들이 들락거리면서 연출하는 소리의 향연은 귀를 즐겁게 한다. 신생 브랜드지만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회사로구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음이라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