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CONFIDENCE C1 SIGANATURE SPEAKER
보석 세공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음악의 사진
―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1 시그니처
글/박성수
보급형 기기가 대부분이었던 북셀프 스피커가 본격 오디오의 영역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80년대 후반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북셀프 스피커 분야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최근 중급 오디오를 뛰어넘어 아예 본격 하이엔드 오디오의 영역에 북셀프 스피커를 진입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덴마크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C1 시그니처는 이러한 조류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애호가에게 컨피던스 C1 시그니처는 충격 그 자체일 것 같다. 최신 동향에 민감한 애호가라면, 전작인 컨피던스 C1 또한 가격대가 1000만 원에 근접했으므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하이엔드 플로어형 스피커에 어울릴 법한 120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인 북셀프 스피커는 그 자체로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여기서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스피커의 진가를 남김없이 확인하고 싶은 애호가라면 전용 스탠드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니어필드 리스닝에 올인하는 골수 애호가라도 C1 시그니처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이 스피커를 구동하는 앰프의 등급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더욱 결정적인 것은 하이엔드 북셀프 스피커에서 이끌어 내야 할 음향의 목표와 기준점을 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피던스 C1 시그니처는 요란함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스펙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안겨 준다. 스펙을 살펴보면, 이 스피커는 가로 200밀리미터, 세로 445밀리미터, 깊이 430밀리미터이고, 무게는 10.9킬로로서 북셀프 스피커의 표준 규격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다음으로 주파수 응답특성은 45Hz에서 22kHz (± 3dB),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5dB(2.83V/m), 그리고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800Hz 등인데, 여기서도 뭔가 특별한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이쯤 되면 C1 시그니처가 전작에 비하여 대체 무엇이 좋아졌다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C1 시그니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새로운 기술의 투입보다는 기존의 기술 내용을 최적화하고, 이를 통하여 음향의 완성도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스피커이다. 본지 2011년 8월호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컨피던스 시그니
처 프로젝트는 다인오디오의 설립자인 빌프리트 에흐렌렌홀츠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인오디오를 대표하는 컨피던스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하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최고의 스피커를 내 놓겠다는 야망이 바로 그것이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사파이어와 컨시퀀스 얼티미트 에디션을 생산하면서 얻은 경험을 백분 활용하였고, 배플의 최적화와 음향의 상관관계에 대한 치밀한 연구, 프리미엄 드라이브 유닛 채용, 그리고 정밀 튜닝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컨피던스 시그니처 시리즈라고 소개하고 있다. 최고의 성능을 이끌어 내는 우퍼와 최상급으로 마무리한 수공 원목 합판을 결합하여 시그니처 모델들은 훨씬 정제된 모습을 보여 준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그니처 시리즈에 속하는 모든 모델은 네오디뮴 자석을 채용한 다인오디오의 최고 트위터인 에소타르 2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들 최신 버전에서는 다인오디오의 정밀 코팅 기술을 활용하여, 대단히 부드러운 주파수 응답특성과 최고 수준의 음악 디테일을 고충실도로 재생해 낸다고 한다.
그리고 크로스오버는 전작에 비하여 한층 더 최적화되었으며, 내부 배선 또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컨피던스 C1 시그니처는 어떤 음향을 들려주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인오디오의 결론을 제시하고 있는 스피커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고순도로 다듬어 낸 음색을 기반으로 한 최고의 세련미를 지향하는 다인오디오의 음향 철학을 그리 넓지 않은 리스닝 룸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애호가를 위한 스피커가 바로 C1 시그니처이다. 에소테릭의 K-01 플레이어, 매킨토시의 C34V·MC7300 등으로 구성된 고전적인 레퍼런스 시스템으로 구동한 이번 시청에서 C1 시그니처는 발산보다는 수렴 성향이 강한 절제된 발성을 기반으로 하여, 음악의 세부 표정 하나하나를 보석 세공사처럼 정묘하게 다듬어 낸 음향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로 잰 듯한 정묘한 리듬감, 그리고 상하 어느 대역에서도 불명료함을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대역 밸런스를 연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절제된 저음, 음악의 표정을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로 펼쳐내는 중음, 그리고 예리함과 섬세함이 유연한 조화를 이룬 고음이 긴박한 조화를 이룬 세련미 넘치는 음향을 이끌어 내는 스피커가 바로 C1 시그니처였다.
그러나 이 스피커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역시 음악의 실체감을 연출하는 핵심 요소인 견고한 음향 몸체와 윤곽이다. C1 시그니처와 전작의 차이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바로 이 지점에서 C1 시그니처의 새로운 잠재력
이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C1 시그니처는 니어필드 리스닝 전용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설치와 튜닝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40·50평대의 아파트의 넓은 거실에서도 2차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C1 시그니처는 플로어형 스피커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공간감과 입체감이 넘치는 음향을 연출할 수 있는 스피커라는 점을 애호가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러한 능력이 현대 하이엔드 북셀프 스피커가 지향하는 새로운 차원의 음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