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A5 SPEAKER
균형잡힌 사운드와 완성도가 높은A5
스펜더 스피커라고 하면 바로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오랫 세월동안 붙어 다니는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스펜더는 역시나 영국 BBC 방송국 모니터 스피커 납품 이력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현재의 스펜더 오디오의 대표는 BBC 방송국의 음향 담당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 스펜더 스피커를 방송국에서 사용하면서 BC2같은 명기에 감명을 받아서 BBC 방송국을 그만두고 스펜더 스피커 제작사를 인수하여 현재의 스펜더가 되게끔 일으켜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그 당시에 BBC 방송국은 영국내 스피커 제작사들에게는 가장 큰 고객이자 의뢰처라고 할 수 있었으며, BBC 방송국에서 요구하는 스타일데로 스피커를 제작하는 것이 바로 가장 바람직한 스피커의 표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펜더는 그러한 영국제 스피커의 가장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스피커를 꾸준히 제작해 오면서 가장 영국적인 사운드의 근본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정통 브리티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스펜더 고유의 음색은 현대적이라고 하는 이름의 타사 스피커들에서는 쉽게 표방하기 힘든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 당시 모니터 계열 스피커로 사용되었던 스피커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클래식 시리즈와 슬림한 타입의 A시리즈, 그리고 상위 레벨인 레퍼런스급 SA과 ST 제품이 론칭중인데 일반적으로 최근의 스펜더는 과도하게 대형급 스피커를 표방하기 보다는
가정용으로써 이상적인 사이즈의 스피커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분위기이다.
그중, A시리즈 라인업의 A5는 의외로 작은 톨보이 스피커이다.
키가 80cm정도이기 때문에 톨보이 스피커로서는 가장 작은 형태의 스피커인데, 나름 본 필자는 이런 개성적인 다름을 보여주는 제품에 호감이 많은 편이다.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눴던 한 오디오 매니아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거실에서 음악 듣는 것이 집중이 되지도 않고, 룸튜닝에도 한계가 있어서 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동안 거실에서 톨보이 스피커만 사용하다가 북쉘프 스피커를 처음 사용해 봤는데 놀랍게도 톨보이 스피커보다 오히려 취향에 더 맞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퍼 유닛이 5inch 수준의 북쉘프 스피커들이 내는 중음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저음이 조금만 더 나와주는 작은 사이즈의 톨보이 스피커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스펜더 A5가 딱이겠다고 말을 거들었더니 그 오디오 매니아도 얼굴에 화색을 보이면서 관심을 보이던 일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좌식형 톨보이 스피커라는 것은, 소형이다보니 소파에 앉아서 듣기 보다는 거실 바닥이나 방바닥에 앉았을 때, 오히려 어울리는 높이의 톨보이 스피커를 두고 한 말이었는데, 스펜더 A5가 바로 딱 그런정도의 사이즈이다.
이 사이즈는 동사의 베스트 셀러인 S3/5에 우퍼 유닛만 하나 더 붙여놓은 본격 3WAY 타입의 스피커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그렇지만, S3/5만의 특성만 가지고 A5를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펜더 A5는 작지만 굉장히 단단한 인클로저에 꽉차면서도 3WAY 스피커 특유의 밸런스감이 최고로 돋보이는 음을 들려주는 스피커이다. 일반적으로 브리티시 모니터 스피커들은 음색이 곱고 자연스러우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데, 스펜더 스피커는 그런 특성에 단단한 인클로저의 특성과 내입력이 깊은 맛까지 더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펜더 A5는 체구가 아주 작은 톨보이 스피커지만 놀랄만큼 깊고 진한 음을 재생하며, 일반적인 영국계 스피커들에 비해서 한결 진하고 체구 대비 풍부한 음을 재생한다.
좋은 말로 예쁜 음, 섬세한 음이라고 미화되는 일부 힘없고 가벼운 야리야리한 음과는 가는 길이 아주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작은 스피커지만 음역대별 대역 밸런스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같은 이력을 가지고있는 전통의 BBC 모니커 스피커 계열 중에서도 스펜더는 음역대가 두툼하고 진하기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이런정도 사이즈의 스피커라면 상당히 빈약한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스펜더 A5의 음역대 밸런스는 가히 완벽한 수준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수준이다.
이보다 사이즈가 좀 더 큰 300만원대 내외의 어떤 톨보이 스피커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음역대 밸런스에 있어서는 절대지 밀리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모범적인 수준을 제시해 주는 소리를 내주고 있다.
특히 고운 중고음에 안정적이면서도 두툼하고 깊게 울리는 저음의 느낌은 한층 잘 다듬어진 음역대 밸런스라 말할 수 있다. 어쩜 이렇게 작은 스피커에서 이렇게 균형잡힌 음을 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최근의 유행이 처음 음을 듣는 사람들이 금방 반응하는 선명하고 자극적인 고음에 치중이 되어있다보니 당연히 정상적인 균형감의 음이 외면받는 현실까지 비판해야 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소형 북쉘프 스피커들 중에서도 가장 음역대 밸런스가 좋기로 잘 정평이 있는 S3/5를 톨보이형으로 만든 것이니만큼 균형잡힌 사운드로서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특별히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부드럽고 진득한 중저음에 화사하면서도 고운 촉감을 가지고 있는 중고음은 A5가 가지고 있는 밉지 않으면서도 오래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색채감이라 할 수 있으며, 작지만 낮은 음역대에서 근사하게 울려주는 중저음의 근사함도 칭찬해 주고 싶다.
잉거 마리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금속재 트위터를 장착한 모델들에서는 찰랑찰랑하는 맛이 좋고 탁 트인 듯한 입체적이고도 투명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입체적이고 투명한 대신에 중년의 여성 재즈 보컬이 가지고 있는 무기라 할 수 있는 노련한 목소리 톤이나 중
음의 매력, 감칠맛같은 것은 원래 없는건가? 혹은 음반 녹음이 본래 이렇게 가벼운 느낌인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그만큼 잉거 마리의 음반 중, "Make This Moment"를 들어보면 다른 스피커에서는 왠지 모르게 좀 가볍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스펜더 A5로 듣는 잉거 마리의 목소리는 노련하면서도 중년의 매력적인 울림을 찾아준 듯한 느낌이다.
잔잔한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듣더라도 역시 스펜더는 변함없는 편안하고도 노련하게 잘 다듬어진 음을 들려준다. 3WAY 타입으로서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대역 밸런스 뿐만 아니라 고,중,저음의 연결감도 흠잡을 것 없이 좋아서 음악을 듣는 내내 부담이 없고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연스러운 울림이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도 좋고 어느 한 음역대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낮게 깔리는 울림이 잔잔한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재즈 음악은 너무 음이 튀거나 요란스러운 느낌이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종종 영화 사운드에 편중되어진 스피커들의 경우는 소리가 너무 요란스러운 경우가 있고 화려한 음이라는 평가 아래 귀를 자극하는 음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스펜더 A5가 들려주는 재즈 음악은 절대로 답답하지 않지만 미끈하면서도 근사한 연주음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 음은 절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들어도 편안하지만 그렇다고 음색이 느리거나 심하게 어두운 음도 아닌 고운 음을 들려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종종 음이 선으로 느껴질 대와 면으로 느껴진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스펜더 A5가 만들어주는 공간감에는 선과 면이 적절하게 공존해 있다. 두툼하면서도 적절히 살이 오른 중저음이 나와주면서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안정적인 무대감의 스케일을 만들어 주는데
그 스케일감이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매우 편안하면서도 적절한 느낌을 만들어 준다.
아마도 이런 느낌이 음악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고 뭔가 따스한 느낌을 만들어 주는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스펜더 A5는 구동이 정말 쉽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통한 브리티시 사운드의 피를 가지고 있는 스피커들이 대부분 유순해서 괴팍한 앰프가 아니더라도 말들을 잘 듣는 편이다. 고가의 앰프가 아니더라도 나올 음이 다 나와주고 음이 가벼워지거나 중음이 휑 비어버리는 일이 없는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구동 자체는 굉장히 쉬운 편이다.
스펜더 A5의 실물을 보게 된다면 부피만을 보고 제품의 품질을 평가하지 말고, 일단은 손으로 한번 만져보고 한번 두드려보길 바란다. 스피커의 품질을 부피로 판단하는 것은 가장 아마추어적인 판단이다.
스펜더 A5는 정말 노련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중저음의 밸런스를 생각하자면 좀 넓은 거실이라도 변함없는 근사함을 만들어 줄 것이다. 확실히 명 브랜드의 고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